체교과 토끼x무용과 강양이

요며칠 나는 좀 정신이 없다. 그날 지민이 형이랑 호석 형 대화를 우연히 들은 후로 계속 그 생각만 하는 중이다. 지민이 형한테는 아무말도 안했다. 형이 말하지 않는걸, 나한테는 숨기고 있는걸 내가 먼저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나도 말수가 줄고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을 때가 많아졌다. "정국아, 괜찮아?" "..네? 아, 커피 제가 받아올게요....

삼겹살집에서 1차 하고 2차로 맥주집도 갔다. 밤이 깊어서 호석 형이 먼저 가고 나는 지민이 형이랑 집에 가는 택시를 탔다. 한참 웃고 얘기하고 술도 마신 형은 가는 길에 졸린지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차창 밖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칠 때마다 형 뺨에 멍든 자국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가만가만 형 뺨을 만져줬다. 형 얼굴에 이런 자국을 ...

🐥🐰

체육관에서 운동 끝나자마자 나와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실기수업이 있는 날은 수업 중간에 핸드폰 확인을 할 수 없어서 나는 조바심이 난다. 물론 지민이 형은 수업 시간에 톡 하는 일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형이 연락할까봐 나는 버릇처럼 중간중간 폰 화면을 켜본다. "어! 형!!" "끝났어? 힘들지." 보통은 형이 먼저 연습 끝나면 끝났다고 톡 남기는데 ...

우린 그럴 수 있어

손 놓으라고, 씨발. 크지도 않은 목소리였는데 내 팔에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정국아..? 툭 치면 쩍 금이 갈 것 같은 살얼음 같은 정국이 표정을 나는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는 동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진상 새끼가 도리어 지가 더 큰 소리를 친다. "뭐 씨발? 다시 말해봐 새끼야!" 소란이 일어나자 주점에 있던 사람들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쏠렸고. 가...

"잠깐만 정국아." "녜 형, 왜여?" "아니 나 지금 좀 떨려가지구. 잠깐만 기다려봐봐." "긴장 안해도 돼요 형, 우리 엄마 형 엄청 좋아한다니까." "아직 뵙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어." "형을 안좋아 할 사람이 어딨어요?" 안그래도 동구래미처럼 생긴 애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그런다. 귀여워. 나는 그 얼굴을 보다가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웃으니...

그러니까 너도 걱정마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나는 순식간에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빨려 들어간 어둠 속, 나는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그랬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시야에 뭔가 들어온다. 나무였다. 조금전 내가 만지고 있던 바로 그 나무였다. 내가 입을 연다. 어..? 이상하다.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나였지만, 내 속에...

찰나에 지나지 않아 더 아름다운 것

"있잖아 정국아." "녜 형." "엄청 설레, 나 지금." "저도요. 형이랑 여행 가니까 진짜 좋아요." "미안, 내가 먼저 가자구 했어야 되는데." "아니에여, 이제 우리 자주 여행 다녀요. 제가 좋은데 계속 알아볼게요." "아냐 담엔 내가 알아볼거야." "그럼 한 번씩 번갈아서 해요." "응. 근데 정국아, 너 이런 곳 어떻게 찾았어? 엄청 좋아보여."...